2019 세계청년대회 in Panama
서귀복자성당 변수현 요셉피나
저는 한국청년대회를 다녀온 후 그 기억이 너무 좋아 세계청년대회 추가모집 기간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평생 갈까 말까 하는 남미에 간다는 것이 설레고 들떴습니다. 그러나 대회를 가기 전 멕시코에서 각자의 지향을 말하는 전체 나눔 시간 때 ‘아 나는 이곳에 왜 왔지?’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보니 첫째로, 사이가 안 좋은 아빠와 오빠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내가 딸로서, 여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취업준비에 매달려야 할 시기이지만 WYD 기간 동안 만큼은 그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나의 지향을 생각하고 WYD에 임하니 그 지향에 집중하며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비드 교구대회에서 만난 홈스테이 가족들은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처음 집을 갔을 때는 방 안에 에어컨도 없고 방충망은 뜯겨져 벌레가 들어오기 십상이고 침대도 불편하여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바로 언어가 안 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은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에어컨은 없지만 큰 선풍기 덕분에 시원하게 잘 수 있었고, 부모님 당신들은 조그마한 선풍기로 버티면서 우리에게는 큰 선풍기를 내어주셨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 감사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또 벌레를 보고 무서워하는 우리를 보며 자신들은 일상이라면서 무서워하지 말라고 웃으며 다독여주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걱정했던 언어적 어려움과 불편함은 손짓 하나로 해결되기도 했고, 열심히 구글 번역기로 우리와 대화하려고 노력하시고 우리가 신기해하고 예쁘다고 하는 것들을 스페인어로 알려주시는 모습을 보고 말로는 다 전해지지 않는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홈스테이 마지막 날 밤에는 손자, 손녀의 생일파티를 했는데 모든 친척들이 모여 음악을 틀고 춤추며 축하를 해주는 것을 보고 가족들 안에서 진심으로 기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며 비록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은 아니더라도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 가족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홈스테이 가족들을 통해 내가 가족 안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고 하느님께서 내게 어떤 모습을 바라고 계시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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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나마 시티에서의 본 대회는 저에게 뜨거운 열정을 부어 주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이 들고 온몸에는 두드러기가 나서 너무 힘들고 지치다는 생각만 하던 저에게 길거리에서 만난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들은 힘들거나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해주고 환호를 지르는 것을 보며 힘을 얻고 이 시간을 즐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미사가 시작되면 다들 조용해지고 미사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이고 하느님 안에서 하나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WYD를 다녀오고 나에게는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지만 현실은 잔인하게도 그대로일 것입니다. 가족, 사회 모든 것이 그대로이겠지만 그 곳에서 느꼈던 하느님의 사랑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대로 베풀 것입니다. 또한 나를 짓누르고 있는 현실들을 WYD에서 받은 은총으로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곳에서 느꼈던 사랑, 열정, 감사함은 평생 동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