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청소년] CUM 캄보디아 체험수기_이윤주(제주외국어고등학교)

청사위 0 278 03.06 10:58

세상과 함께하는 사랑의 여정 "cum 캄보디아"

참가자 체험수기


이윤주(제주외고, 3회 청소년모의인권이사회 수상자)


  청소년모의인권대회라는 뜻 깊은 자리에서 수상해 캄보디아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처음에는 그저 들떠 캄보디아에 놀러간다는 사실이 좋기만 했다. 몇 번의 사전모임에서 캄보디아의 역사에 대해 조사한 뒤 발표하라고 했을 때는 귀찮고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캄보디아에 가서 여러 경험을 한 뒤 곧 이러한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6일 동안의 여정에서 나는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번 여행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내가 캄보디아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갔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이제껏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스페인에서 8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살았었지만 스페인의 역사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 나에게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을 여행하는 캄보디아의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다. 이윽고 이런 나의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캄보디아의 참혹한 과거를 조사하고 배우며 캄보디아도 우리와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캄보디아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킬링필드와 제주 4.3 사건을 알리고 역사를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프레젠테이션 발표에서 내가 맡은 부분은 킬링필드와 제주4.3사건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생소한 제주 4.3 사건과 한국 친구들에게 생소한 킬링필드를 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가며 발표했다. 이후 직접 킬링필드 유적지를 방문했는데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며 울부짖는 모습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졌다. 누군가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비롯된 아픈 역사들은 마음속에서 떨쳐내고 싶을 정도로 참혹했다. 나는 그저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만약 캄보디아의 실상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그저 눈의 즐거움만을 찾아 여행을 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킬링필드에 대해 배웠기 때문에 내가 간 유적지의 아픔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고 진심으로 아파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며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일은 여러 캄보디아 학교에 가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난 일이다. 하루는 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길에 있는 학교에 방문하기로 했다. 단지 학교 가는 길에 불과했지만 울퉁불퉁하고 질어진 땅은 결코 자신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몇 친구는 가는 도중 넘어질 뻔하거나 심지어는 흙탕물에 빠져 옷에 진흙이 묻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찐득한 진흙이 신발에 묻어 발걸음이 무거웠다. 불평불만을 하며 도착한 학교에는 작은 아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도서관을 구경하는 사이 잔디밭을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곳은 결코 크지도 않았고 시설이 좋지도 않았다. 다른 기구나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학교 같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니 학교의 규모나 시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크든 작든 아이들에게 그곳은 그저 학교였다. 시설이 좋지 못한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더 불행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외에도 여러 학교들을 방문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모두 미소를 띠고 있었고 공부 스트레스로 학교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물론 공부에 인생을 바치는 한국의 교과 성적이 높을 수 있겠지만 과연 성적이 높다고 한국의 학생들이 캄보디아의 학생들을 이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 캄보디아의 열악한 교육 상황을 보고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나라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번 여정을 통해 내가 행복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든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든가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감정이 들었다. 이런 풍족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내가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나는 풍족한 환경, 좋은 시설,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내가 이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고마워하지 않는 그 순간에도 원하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존재했다. 캄보디아의 열악한 교육 환경과 미성숙한 나를 바라보며 누군가는 간절히 원했지만 가지지 못한 상황을 이제껏 독식한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나누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몸과 생각이 자라며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를 모른 척하거나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배운 부끄러움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상기시키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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